언어를 재미있게(?) 배우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노래라고들 한다. 그냥 단순히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때로는 한 번 흥얼거리며 따라 불러보고, 더 나아가 노래방에도 도전함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사실 필자는 모국어인 한국어를 제외하고 일본어로 노래 부를 때가 제일 편하고 이질감 없이 느껴진다. 그래서 어쭙잖은 실력이지만 몇 곡 스마트폰으로 녹음해 둔 게 있긴 하다.
작년 연말부터 시작한 독일어 공부. 잘 되어가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요즘 게을리해서 아니라고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게다가 실생활 활용도는 거의 제로에 가까운 관계로 삶에 있어서 특별한 동기부여 같은 것도 전혀 없는 실정이니 더 안 하게 되는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은 나 자신을 위해서이다. 더 늦기 전에 머리를 쓰는 훈련을 자꾸 들여놓아야 노년에 덜 고생하기 때문이다.
레딧에 독일어 노래에 대한 언급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실 독일 쪽 대중음악은 잘 모르겠고 내가 아는 독일어 노래 해봤자 번안곡들이 99 퍼센트를 차지한다. 이 곡들의 원산지는 일본의 제이팝 아니면 미국의 경배와 찬양, 소위 말하는 복음송들인데 정식 앨범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개인이 자발적으로 번안하여 공유하는 형식이다. 사실 텍스트를 보면 구글 번역기에 영어로 돌려도 해석은 잘 안 되고, 발음만 겨우 더듬더듬 따라 할 수 있지만 쉽사리 입에 붙지는 않는다.
(사실 기본인 영어 노래조차 잘 못 부르니 독일어는 더더욱 그럴 만도)
그래서 독일어로 노래를 부르는 건 사실상 거의 포기했고, 그냥 아름답게 들려서 원곡과 비교하며 그냥 들리는 그 순간에만 취하는 경향이 강하다. 올바른 방법은 결코 아니겠지만, 그리고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오늘도 또한 이러고 있다. 그래도 마지막 희망(?) 하나 꼽자면 최소한 Give Thanks(한국어 번안 제목: 거룩하신 하나님)를 독일어로 (가사 보고) 부를 수는 있다는 거. 그리고 성악 전공자들이 듣는 딕션 수업이 가사의 뜻 보다는 발음에 더 집중한다는 차원에서 위로하는 중.
노래라는 게 요즘은 워낙 시대와 장르가 다양하다 보니 엄격하게 따지고 보면 몇 백 년 전에 쓰인 바흐 칸타타 가사 보는 것 또한 독일어 공부에 크게 도움이 되는 건 또 달리 생각하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듯. 게다가 하다못해 조금만 더 부지런하게 노력하면 독영 텍스트를 나란히 놓고 볼 수 있으니, 비록 따라 부르지는 못해도 그렇게나마 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자 또한 감사인 거 같다.
그래서 결론은 오늘내일은 일단 주말이니까 실컷 음악만 들으며 놀고 월요일부터 다시 달리기.

아래는 카캡사 클리어카드편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 '로켓비트'의 독일어 버전.
'배움의 기쁨 > 독일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환상 (그래도 한 번쯤이라도...?) (4) | 2023.02.0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