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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아는 친한 동생들이랑 이야기를 잠깐 나눈 적이 있었다. 내가 "틱톡 빼고 웬만한 건 다 한다"고 하자, 둘은 신기해하면서 어느 거 할 때가 가장 행복하냐고 질문하는 것이었다. 약간의 망설임은 있었지만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단 1초 만에 유튜브라고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의 콘텐츠가 전 세계인을 상대로 방송을 송출되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물론 트위터 같은 다른 SNS도 영어나 다른 제2외국어를 사용함으로써 해당 나라의 사람들을 노리기도 하지만, 가장 확실하게 나의 시청자들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곳은 유튜브가 거의 유일무이하다고 보면 될 거다. 사실 지금 이 채널을 개설한 지는 얼마 되지 않지만,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계정만 하더라도 (구글에 잡아 먹히기 이전부터) 꽤 오래전부터 운영해 왔기 때문에 유튜브의 역사에 대해서도 나 또한 어느 정도는 알고는 있다. 흥미를 자극할 만은 TMI는 바로 한 때는 마이스페이스와 비슷한 레이아웃으로 채널이 구성되어 있었다는 점. 그 말인즉은, 채널 배경화면 또한 사용자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했었다. 관련 사진이 남아 있지 않아서 아쉬울 따름. 

 

어쨌거나 내가 유튜브를 하는 이유는 앞에서 밝힌 적이 거의 없는 거 같고, 이미 About 탭에서 밝혔듯이 이 채널의 방향성은 바로 안토니오 비발디의 기악작품들을 이 세상에 널리 전파하기 위함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옛날에 편곡한 바로크 음악 작품들을 공유할 목적으로 개설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비발디의 음악을 소재로 잡으면 좋을 거 같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이었다. 게다가 오래전부터 비발디 전문 웹사이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포부만 있었지 제대로 실천할 아무 껀덕지(?) 같은 것도 없었는데, 유튜브에 그의 작품들을 며칠에 한 번 꼴로 올려나가는 과정 속에서 어느 정도의 소원풀이는 한 샘이라고 쳐도 무방할 정도가 되어버렸다. 

 

일단 저작권은 이미 원작자가 사망한 지 몇 세기가 지났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되지는 않고, 이것들은 엄밀히 말하면 나만의 창작물이라 봐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바로크 음악 같은 경우는 바소 콘티누오라고 해서 주어진 베이스 라인을 바탕으로 하프시코드나 포지티브 오르간 연주자가 오른손에 화음을 채워넣어줌으로 하나의 독립된 파트를 만들고 이끌어나가기 때문이다. 이때 왼손은 첼로가 연주하는 대로 똑같이 연주하면 되고 오른손은 베이스 파트에 적혀 있는 숫자들을 참고하여 오로지 즉흥적으로 화음이나 대선율 등을 만들어내어야 한다.

 

부끄러운 흑역사이지만 한 때는 하프시코드 전공하겠다고 박박 우기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파이프 드림이었다는 걸 한순간에 깨닫고 음악대학원 진학은 깔끔하게 포기했는데, 그만큼 미국에서 음악을 공부한다는 건 사실 말처럼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게다가 지역복도 잘 타고나야 되는데 내가 사는 주는 블루밍턴이나 뉴욕, 보스턴 이런 곳처럼 음대가 실권(?)을 꽉 쥐고 있는 주도 아니다. 이런 곳에서 훌륭한 시대악기 앙상블을 기대한다는 건 지나가던 똥개도 웃을 일이다. 

 

아무튼 그래서 오늘도 나의 파이프 드림 하나만 더하자면, 내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들이 더 유명해져서 한 앙상블이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싶다고 제안이 만약 들어온다면, 나는 조건을 내걸 것이다. "통주저음 파트만은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제가 공들여서 만든 만큼 저의 손으로 꼭 연주해보고 싶습니다. 악보에 있는 백 퍼센트 그대로 토씨하나 안 틀리고 연주할 것입니다." 이러면 아무 찍 소리도 못할 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카테고리에 넣은 가장 큰 이유는, 이것도 일종의 나의 원래 전공의 심화 학슴 과정이니까. 사실 대학 졸업하고 음대에서 배우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유튜브 등을 비롯한 여러 인터넷에서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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