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SNS에 지인이 자신은 이러이러한 이유로 이 영어 이름을 염두를 해 두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을 올렸다. 여러 의견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의견은 그냥 이대로 이니셜 쓰면 상관없다, 영어 이름과 생김새가 매치가 전혀 안 된다가 지배적이었다. 이걸 보니 문득 나의 경우가 떠올랐다.
공식은 아니지만 나의 영어 이름 내지 닉네임은 애나(Anna)이다. 하지만 바로 앞서 언급한 지인분과는 달리 이 이름을 처음 사용했을 때부터 현재까지 대체적으로 나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가 지배적이었다. 사실 이름이라는 건 유행도 어느 정도 염두해봐야 하는 건데 애나 같은 경우는 특정 시대에서만 사용되는 고리타분한 이름은 아닌 듯하였다.왠지 시대를 초월해서 이탈리아나 독일 가면 흔할 거 같은 느낌.
이걸로 결정하게 된 사연은 지금의 글과는 별로 상관없는 TMI라 생략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요즘같이 한류와 한식 등 한국의 것이 서방세계에서도 인정받는 시대를 살면서 한국인이 꼭 영어 이름을 가져야만 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 내지 회의감이 든다. 사실 이건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된 거고, 미국 생활 초반만 하더라도 그 당시는 한국의 위상이 그렇게 높지 않았으므로 영어 이름을 쓰는 것에 대한 약간의 부러움 혹은 동경이 있었다.
특히나 여기 2세 아이들 같은 경우는 퍼스트 네임이 영어 이름이고 미들 네임이 한글 이름인 경우가 많은데, 만약 여성이라 결혼을 하여 성을 바꾸는 경우에는 영어 이름을 과감히 삭제하고 미들 네임을 퍼스트로 가져오고 원래 성을 미들로, 그리고 남편 성을 래스트로 가져오는 경우들도 흔히 봤다. (그런데 이것도 미국인 남편이면 괜찮은데, 한국인이면 "영희 이 박" 이렇게 됨) 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남편 성으로 일부러 안 바꾸고 원래 이름 그대로 가는 추세이다.
어쨌거나 이름 바꾸던 안 바꾸던 이건 순전히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이걸 가지고 왈가불가할 건 전혀 없고, 내가 말하고 싶은 요지는 이름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과도 같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이름이 바뀐다고 해서 사고방식이나 모든 게 바뀌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의 이름이 누군가로부터 불릴 때 거기에 대한 자부심과 뿌듯함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다고 나는 적어도 그렇게 느낀다. 그래서 나는 비록 mess 되었지만(이유는 뒤에서 설명) 그리고 한국에서는 흔하디 흔한 성과 이름이지만 부모님께서 애정을 가지고 지어주신 만큼 나의 이름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한 편이다.
물론 영어 이름을 가짐으로 인한 장점 또한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 이름을 갖도록 원인제공을 시켜주셨던 원어민 선생님도 그랬고 대부분의 상대방이 나를 좀 더 쉽게 기억하고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서도 말했듯이 나의 오피셜 네임은 아니지만 적어도 온라인상에서는 이 블로그 닉네임과는 별개로 "애나"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나를 팔로우하거나 친구 사이인 분들은 나를 훨씬 더 잘 기억해 준다. 하지만 나의 원래 이름 자체도 그리 복잡한 건 아니기에 일상생활 속에서는 꼭 한글 이름으로 불러주십사 하고 있다.
그런데 딱 한 가지 불만은 오피셜로는 이름에 스페이스가 있다는 거. 주위에서도 권고하고 해서 법원 가서 바꾸려 해도 없는 형편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포기했다. 그래서 유일한 희망은 결혼인데 이건 또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인 모쏠... (시민권 딸 때 끝까지 바꾸겠다고 우겼어야 했는데...)
어쨌거나 간단히 요약하고 결론을 내리자면 이름에 "경"이나 "영"이 들어가거나 해서 쓸데없이(?) 표기하는 스펠링이 길어지지 않는 이상 한국인이라면 요즘 시대상으로도 되도록 한국에서 썼던 그대로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우리도 사실 세계사 공부할 때 익숙하지 않은 외국 이름들을 억지로라도 외워야 하는 게 당연한데, 입장 바꿔서 서양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라고 본다. 물론 우리가 두려움을 느끼듯 그들 또한 한글 이름을 마주할 때 익숙지 않고 어렵다고 느끼겠지만, 글로벌 시대를 살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일 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내 경험상 열린 마음과 포용력, 그리고 아량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제아무리 어려운 것들도 쉽게 받아들이고 더 잘 외워지는 거 같다. 이건 순전히 관심도와 애정의 문제인 듯.
※ 대표이미지 출처: pixabay by djlecram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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