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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살면서 (영어로 듣고 말하는) 참으로 다양한 전화통화를 경험한다. 그중에서도 난이도가 쉬운 축에 속한 걸 꼽으라면 pharmacy, 즉 약국이 아닌가 싶다. 물론 사람마다 체감하고 경험하는 다 다르기 때문에 보편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나의 입장에서는 그렇다는 것이다. 

 

그럼 전화통화를 하기 앞서 필요한 건 뭘까? 라벨에 붙은 RX 번호까지 알면 더 좋지만 굳이 없어도 충분히 일은 해결될 수 있다. 아무튼 필요한 준비물(?)은 수령자의 이름, 생년월일, 그리고 약 이름 끝이다. 그리고 덤으로 설명하자면 만약 그 약을 처방 내리는 닥터 오피스에게 요청을 목적으로 전화통화 할 일이 있으면, 그때는 스태프에게 약 이름과 약국 전화번호를 남겨야 할 수도 있다. 어떤 병원은 시스템 자체에 항시 등록되어 있어서 약국 전번을 안 묻는 경우도 있지만, 또 어떤 병원은 처방전을 요청할 때마다 약국 전번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기에 이들과의 전화 통화 전에는 반드시 약 이름과 약국 전번을 미리 종이에 적어두어야만 한다.

 

말이 갑자기 길어졌는데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약국과의 전화 통화에서 나누는 일반적인 대화들을 영어가 아닌 한국어식 표현대로 풀어보고자 한다. 각 문장들을 읽으면서 영작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연습 겸 밑의 댓글창을 이용해 주시면 더욱더 감사하겠다.

 

약국과의 통화에 앞서 간과해야 할 또 다른 사항은, 바로 사람이 받는 게 아니라 리필을 원하면 몇 번, 취소를 원하면 몇 번 이런 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응답기가 무슨 말(?) 하는지 잘 듣고 인스트럭션대로 차분하게 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아무튼 전화연결이 되었다는 가정 하에 그럼 대화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다.

 

 

"여보세요, OO 약국입니다. 뭘 도와드릴까요."
"여보세요, 처방전이 혹시 준비되었는지 알아보려고 전화드렸습니다."
"생년월일과 성함 주세요."
"OOOO년 OO월 OO일 홍길동입니다."
"무슨 약이 필요하세요?"
"OOOO과 OOO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확인 들어갑니다."
(컬러링? 이 잠시 흐른 후)
"저희가 리필이 없어서 처방 내린 닥터 오피스로 팩스 바로 보내겠습니다. 그들에게 알려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때 내가 확인 차 닥터 오피스랑 약국이랑 번갈아가며 전화통화를 몇 번이나 하는 가능성도 많다. 팩스를 서로 못 받았다고 하는 경우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미국도 이런 아날로그 방식을 아직까지도 고집하고 있어서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지는데 그래도 일본보다는 조금 나은 편이라 참고 산다. 그래도 행정처리나 카드결제 이런 건 컴퓨터 전산망이 나름 잘 구비되어 있으니까... 

 

때로는 리필이 자동으로 채워지고 그러면 굳이 약국에 전화할 이유도 없다. 아무튼, 위와는 조금 다른 상황으로 만약 리필이 있고 바로 준비가 가능한 시에는,

 

 

"오늘 오후 세 시 전후로 아마 픽업이 가능할 거 같네요."
"아 그런가요, 잘 되었네요. 시간 날 때 들리겠습니다."
"좋아요, 뭐 또 다른 궁금한 사항 있으신가요?"
"아니요, 이것이 유일한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저희 약국에 전화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부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저도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약사님께서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수고하세요." 

 

 

 

참고로 난 경상도 출신인지라 영어 발음이 상당히 구린(?) 편인데 약 이름을 말할 시 어떨 때는 상대방이 못 알아들어 스펠링을 하나하나 불러서 가르쳐 줄 때도 가끔씩 있다. 이런 확률은 삼사 십 퍼센트 정도. 나머지는 (그리고 긴 내 이메일 주소도 그렇고) 전화상인데도 잘 알아듣는 게 신기방기할 따름. 아무튼 미국에서 일상 속 사소한 일들을 이렇게 처리해 나가는 과정을 밟는 그 자체가 어떨 때는 짜릿하고 통쾌하게 느껴진다. 사실 극내향적 성격을 선천적과 후천적으로 동시에 지니고 있어서 소셜라이징 하는데 많은 애로사항들이 있지만, 그래도 어느 순간부터 전에는 들리지 않았던 전화 영어가 들리기 시작하니 뭔가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느낌, 혹은 착각마저 든다. 앞으로도 또 어떠한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사뭇 두렵기도 하면서 기대된다. 잘 될거라 믿고 싶다!

 

 

 

밑의 사진은 길가다 하늘이 예뻐서... 

 

 

 

 

아, 그리고 약이 준비되었는지는 어떻게 아냐.

약이 준비되었다는 문자가 오면 약국에

전화걸고 해당 부서의 번호를 눌러

자동응답이 말하는 걸 통하여 확인 가능하다.

(이 때 키패드로 생년월일을 입력한다.)

단, 찾을 약이 두 세 개면 약 이름이 문자에서

누락될 수 있으니 반드시 자동응답 전화 확인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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