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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인에서 주로 영어 관련 답변들을 많이 달고 또 채택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나의 한계가 드러나는데 간단하게 영작이나 번역을 부탁하는 질문들에는 답변할 수 있지만, 부사니 관계대명사니 등등 문법 용어들을 섞어가며 문장 분석 해 달라, 이건 왜 이렇게 되냐 등등은 절대 답변할 수 없어서 skip 하는 경우가 과반사이다. 가~~ 끔 가다 어디서 나를 발견하였는지 이걸 1대 1로 묻는 경우들도 있는데 그럴 때면 정중하게 사과를 드리며 거절을 하곤 했었다.

 

 

지금은 더 이상 필요 없어서 이 책을 포함한 문법 관련 책은 얼마 전 다 버렸지만, 사실 이 책은 대학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괜찮다 싶어 따로 구매까지 하고 나름 애지중지한 사연이 있는 교재였다. 지금 와서 허심탄해하게 털어놓는데 완벽하게 마스터하지는 못했고 거의 60 퍼센트 정도만 익히고 문제도 풀곤 했었다. 한 마디로 앞부분만 필기가 열심이지 책장을 넘기며 뒤로 갈수록 깨끗. 

 

미국 와서도 사실 동네 무료 ESL 클래스를 다닌 게 전부였고, 이런저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정규 대학에는 못 들어갔고, 대신 평생교육원 공부를 몇 년 간 꾸준히 하면서 영어 실력이 부쩍 늘게 되었다. 물론 나의 영어 실력은 아직까지도 많이 부족하기에 더 공부 중인데 사실상 문법은 거의 재껴놓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위의 책의 사례들도 그렇고 문법부터 따지고 붙잡게 되면 영어가 실증나 결국에는 싫어지게 되어 멀리하는 최악의 상황이 오기 때문이다. 우리의 모국어인 한국어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따로 문법을 피 터지게 공부하거나 단어를 줄줄줄~ 암기하면서 익히지는 않았다. 부모님과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과 끊임없는 의사소통을 함으로써 자연스레 익혀지게 된 것이다. 영어 또한 마찬가지이다. 

 

물론 영단어 같은 경우는 따로 시간을 투자해서 해야 할 의무는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는데 단어장만 붙들고 하기보다는 영어 원서, 영어 신문기사, 혹은 영어 잡지 등을 통하여 앞뒤 문맥을 통해 유추하고 파악하는 방법으로 접근을 해야 머릿속에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다시 말하는 즉슨, 단어장 공부와 이것들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문법 이야기로 들어와서, 영작을 함에 있어서 요즘에는 그래머리 같은 영어 맞춤법 프로그램이나 챗 GPT 같은 인공지능이 있다 보니 구태여 문법을 따로 공부할 필요성은 이전보다 많이 사라진 건 사실이다. 물론 시제 같은 기본 지식은 알고 있어야겠지만 문장을 굳이 쪼개어 분석하거나 번역하는 건 사실상 시간낭비고 무의미하다고 본다. 

 

외국어에 있어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막힘없는 커뮤니케이션과 공감 능력이라고 본다. 설령 내가 구사하거나 글 쓰는 것이 문법에 올바르지 못하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나름대로만의 방식으로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성공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내가 미국에서 겪은 찐 경험담이다. 

 

나 같은 경우는 환경상 회화보다는 글로서 상대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확실히 말보다는 글을 작성할 때 더 막힘없이 나오는 편이다. 그런데 여기서 키포인트는 나는 여기에 절대 문법적 지식들을 0.01 퍼센트도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단 떠오르는 대로 즉흥적으로 작성하고, 나머지는 그래머리에게 맡긴다. 

 

말하는 것도 분명 머리로는 3인칭 주어 동사 개념을 확실히 아는데 막상 말로 뱉으면 자주 실수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 말을 들은 상대방이 '아~ 당신 틀렸어. 그건 이렇게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지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물론 공식 석상이거나 아주 중요한 자리가 아닌 일상 속 상황이라 크게 문제 될 건 없었지만 그만큼 우리는 문법에 너무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걸 강조하는 바이다.

 

사실 학교 다닐 때 영수만큼은 예체능계에서는 탑이었고 수능도 괜찮게 봤던지라 한국의 주입식 교육에 대해서도 뭐라 반박할 수가 없다. 이 상태에서 대학에서 영어를 교양으로 공부하고, 어학교육원이랑 사설 학원 다니고, 또 교회에서는 영어 예배 드리며 또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을 만났었는데 중고등학교 때 배운 걸 제대로 써먹은 적은 거의 없었던 거 같다. 

 

그래서 결론으로 말하자면 틀리든 말든 결국은 자신감이 대부분의 몫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문법? 너무 모르면 난감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에 열을 올리며 목숨까지 걸 필요 또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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