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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글은 클래식 전공자들에게 민감한 부분이 될 수도 있지만, 짧은 지식이고 한정된 대중음악에 대한 그들의 잘못된 시선을 조금이나마 바로잡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나의 백그라운드를 잠깐 밝히자면 지방 국립대에서 작곡을 전공하였고 새로운 인생을 살기 전까지는 대중음악에 0.01 퍼센트 관심도 없었다. 

 

처음 대중음악에 발을 들인 건 대학시절 애니메이션 관련 노래들을 위시한 제이팝과 경배와 찬양을 포함한 CCM이었다. 하지만 미국 오면서 오랜 세월 동안 잊고 있다가 덕질하면서 다시 빠지게 되었고, 더 넓은 세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게다가 나만의 개인 컴퓨터를 가지게 되면서 학창 시절보다 음악을 접하기가 더 편리해졌는데, 삼성 언팩이라든지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진출 이라든지 등등의 굵직굵직한 이벤트들이 벌어질 때마다 나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해 주었다.

 

이러한 호기심은 음악 감상으로까지 이어졌고 그래서 노래들을 듣던 와중에 또 얽히고설키게 되어 또 다른 아티스트와 장르에도 빠져보고 등등해서 마침내 위의 아티스트 목록처럼 나만의 감상 레퍼토리를 갖추게 되었다. 

 

바로크 음악이야 학창 시절부터 쭉 좋아해 왔던 것들이고, 대신 학창 시절에는 몰랐던 시대악기 연주에 대한 나름의 지식을 유튜브를 통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그럼 클래식을 전공한 입장에서 바라보는 대중음악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 논하기 전에는 서양음악가 시간에 잠깐 배웠던 에토스 파토스 이론을 빼놓을 수 없다.

 

확대해석이나 과장된 부분이 있었을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분명 에토스는 아폴로신을 따르는 클래식이고 파토스는 디오니소스를 따르는 대중음악인데 인간의 감정을 긍정적으로 다스리는 건 에토스이기 때문에 파토스를 멀리해야 한다고 배웠다. 

 

이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대학을 졸업하고도 몇 년 간은 앞서도 말했지만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은 손톱의 삼분의 일도 안 되었었다. 악동뮤지션이니 시아의 샹들리에니 등등의 빅히트가 있었는지도 아예 몰랐었다. 

 

하지만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달랐다. 주변의 여기저기서 말춤을 추며 찬사(?)들이 터져 나오자 궁금해서 봐버렸고(?) 기네스북에까지 오를 정도의 조회수를 보며 또다시 놀라게 되었다. 그리고 동생이 좋아하는 BTS의 다이너마이트 같은 노래들이 또 대박을 터트리자 궁금해서 또 들어보고.... 이것은 다른 아티스트들로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었다.

 

(예를 들면 이수현이 다이너마이트를 불렀다. 시아가 BTS의 노래를 퓨쳐링하였다 등)

 

그래서 비록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은 한정되어 있지만 확실히 대학 시절보다는 국적을 물문하고 듣는 음악의 폭이 많이 넓어지게 되었음을 발견하여 이런 나 자신이 너무나도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세계와 가치관을 마음껏 누리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강한 비트의 음악이 클래식 전공자인 나하고는 맞지 않다고 느낄 때도 간혹 있다. 그럴 때면 나에 대한 주변인들의 편견을 깨고자 하는 하나의 의식으로 생각하고 에토스 파토스에 근거하여 최대한 그 분위기에 너무 빠지지는 말되, 적당히 즐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사실 클래식이나 대중음악이나 추구하여 가는 길이 틀려서 그렇지 음악이라는 뿌리 하나는 같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상호 간의 존중과 배려가 무엇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클래식 음악에 바탕을 두고 대중음악을 하시는 분들을 나는 더 존경하는 편이다.

 

나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교회에서 찬양팀 반주도 했었는데 입시 때 피아노 레슨 해주시던 선생님께서 손배린다고 결사반대를 하셨었던 가슴 아픈 과거가 있다. 그리고 작년 여름에 입문한 세카오와의 사오리도 유튜브 댓글에서는 부모님이 밴드 활동 반대했다는데 막상 나무위키 보면 지지해 주었다는 글귀도 있어서 어느 쪽이 맞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여기에 대해 올바르게 잘 아시는 분 계시면 댓글 바람)

 

내면이 성숙된 사람은 각자의 취향도 존중하는 법이라고 SNS에서 본 적이 있다. 클래식한다고 대중음악을 아주 우습게 보거나, 반대로 대중음악 좀 안다고 클래식 또한 고인물 취급하는 경우들도 사실 눈살 찌푸릴 정도로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이건 예술인으로서 결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어느 쪽이 올바른지는 대중이 판단할 몫이다. 다만 음악을 하는 사람의 마음이 깨끗하지 않고 시기와 질투 등의 부정적 감정으로만 가득 찬다면 과연 그 사람의 음악이 수백 년이 지나도 그 생명력을 연장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무튼 그래서 마무리는 세카이노 오와리의 「안티 히어로」로 할까 보다. 각자의 파트에 충실하면서도 서로를 잘 의지하고 귀담아듣는 모습이 너무나도 인상적이다. (CC를 클릭하면 가사 해석을 볼 수 있다.)

 

 

 

 

출처: https://youtu.be/4gb2WCAKL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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