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30

지금은 조금 잠잠해지긴 했는데 요즘 유명 여행 유튜버 영알남 님 덕분에 애틀랜타 한인타운이 이슈가 되는 거 같다. 마침 때맞춰서 KBS 공식 채널에도 십 년 전 다큐 3일 영상까지 올라오면서 더더욱 그 열기는 달아오르고 있다. 한인으로서 한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것에 대해 뿌듯함과 자부심도 있지만 사실 한편으로는 다른(?) 마음 또한 있다. 

 

서로 말과 정이 통하는 한인들끼리 만나고 연락하고 지내서 그렇지 미국 내에서의 퍼센티지를 보면 한인은 사실 소수 민족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내가 거주하는 도시만 하더라도 원래는 유색 인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전형적인 미국 남부 백인마을 깡촌이었고 우리 가족이 자리 잡을 때부터 슬슬 개발되기 시작했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애틀랜타에서는 영어 몰라도 살 수 있어요~'이 말이 좋은 쪽일 수도 있고 안 좋은 쪽일 수도 있다. 전자라면 당연히 어딜 가든 통역 서비스가 있다던가 한국어 영어 2개 국어 구사가 가능한 은행이나 병원 스태프 등과 의사소통할 수 있어서 편리한데, 후자로 생각한다면 그렇게 살바에는 차라리 한국에 있지 뭐 하러 미국까지 왔나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 가족이 귀넷이 아닌 이곳에 자리 잡은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학교 가서 한국 애들끼리만 한국말하며 다니면 영어가 늘지 않기 때문에. 

 

(이를 꼬집는 답글이 그 댓글 밑에 달리기도 했다.)

 

물론 미국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공식 언어는 없는 상황. 그리고 내가 사는 조지아주만 하더라도 미국에서 제2 외국어로 많이 쓰는 스페인어를 제쳐놓고 그 다음번째로 많이 쓰는 외국어가 다름 아닌 한국어라고 한다. (LA처럼 아직 공식적으로 인정받지는 않은) 한인타운의 공도 크지만, 무엇보다도 이것이 가능한 게 옆동네 앨라배마와 여기 조지아에 있는 현대 기아 공장과 수많은 한국계 협력 업체들 등 덕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무튼 센서스(인구조사) 질문에서도 집에서 가장 많이 쓰는 언어를 묻는 항목이 있었는데 우리 가족은 당연히 한국어로 표시를 했었고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인 지인분들도 역시 똑같은 답변들을 하셔서 그것들이 모이고 모여 그런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가슴 한편으로는 뭉클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내가 꼭 한인들하고만 어울려 지내야 하나?라는 의구심도 없지 않아 있다.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어차피 미국에서 계속 눌러사는 거 한국적 사고방식에 너무 틀여 박혀있지 말고 이왕이면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경험하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한인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사실 나는 한인회나 향우회, 혹은 한인 기독교 단체 등에 가입되어 활동한다는 거 자체가 굉장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부끄러운 민낯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될 수 있는 한 한인이라면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오던 소수하고만 잠깐 얼굴 보며 지내는 정도로 그치고,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이런저런 세계 사람들을 상대로 활동하는 것에 더 재미와 보람들을 느끼는 중이다. 생각 같아선 미국교회를 나가고 싶지만, 어딜 자유로이 다니지 못하니 꾹 참는 중이다. 아니, 방황하던 시절 여러 군데 잠깐 갔었지만, 뭔가 문화적인 이질감 같은 것도 없지 않아 느꼈었긴 했다. 

 

그런데 중요한 건 1.5세로서 인간관계나 문화생활이야 뭐 글로벌하게 생각하고 한다손 치더라도 식습관만큼은 한국에서 먹어왔던 것보다 더 잘 먹는 느낌이다. 이건 다 한인 대형 마트가 6개나 있는 애틀랜타이기에 가능. 물론 싸고 질 좋은 고기는 코스트코에서 대부분 사다 먹지만, 아무튼 세끼 다는 너무 번거롭고 해서 하루에 한 끼만은 꼭 한식으로 든든하게 먹는다. 하.... 예상치도 않게 먹는 얘기로 마무리하네.... ㅋ

 

그래서 뜬금없는 결론은 미국 사회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오늘도 영어 및 제3(?)의 언어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 것. 그리고 가급적이면 한국 방송이나 라디오는 피할 것이라고 써놓고 유튜브 들어가면 메인 화면은 온통 한국어 영상들 뿐. ㅠㅠ

COMMENT